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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노트〉 국방·농업·돌봄·교통·금융의 AI 전환

이 장의 서두에서 설명한 AI 전환, 즉 AX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 하나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공공서비스, 지역 사회의 운영 방식을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국가적 전환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전환은 어느 한 부처만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제조업, 의료, 국방, 농업, 돌봄, 교통, 금융까지 사회 전반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GPU와 국산 AI 반도체, 파운데이션 모델과 분야별 특화 모델이 함께 갖춰져야 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협력도 필수적입니다.

정부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비롯한 범부처 협의체를 통해 주요 정책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방 분야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이나 금융 분야의 정보보호 강화처럼 특정 과제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체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번 장에서 다룬 분야별 주요 정책과 추진 방향을 정리한 것입니다.

국방 - 전장을 빠르게 읽는 AI

국방 분야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AI로 인해 급변하는 전장 환경에 대응하는 것과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병역자원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5년 11월 첫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 AX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전략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국방 AI 거버넌스를 강화하여 AI 도입과 활용을 주도함으로써 국방 체계를 효율화하고 인력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둘째, GPU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여 국방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확산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셋째, 스타트업과 방산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국방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에는 ‘국방·산업 분야의 인공지능 전환(AX) 확산’을 위한 4개 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2026년 5월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국방 분야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전자가 국방, 방산제조, 스타트업 연계의 AX 협력 생태계 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후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방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양 부처와 관련 기업들의 협력 기반을 다지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농업 - 노지로 나가는 피지컬 AI

농업 분야의 핵심 정책은 ‘농업·농촌 인공지능 대전환(AX) 전략’입니다.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위협하는 고령화와 기후 변화는 우리 농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국가 농업 AX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목표는 농업 기술 정보가 집약된 AI 에이전트를 현장에 보급하는 것입니다. 또한 AI 기반 농식품 유통구조 개선, 농림위성 활용, 농촌진흥청의 음성 기반 AI 에이전트 보급, 농지 민원 데이터를 학습한 AI 행정 서비스 시범 운영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입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농업 피지컬 AI’입니다. 시설원예 중심이었던 스마트팜의 경우 이제 자율주행 트랙터와 AI 드론이 실제 노지에서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은 공동으로 ‘NEXT Far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경운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농업 대부분의 과정을 자동화, 무인화하하는 것입니다.

돌봄 - 집과 시설로 들어오는 AI

2026년 4월에 열린 일곱 번째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의 첫 안건으로 ‘AI 돌봄기술 전주기 지원전략’이 논의되었습니다. 이 전략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어르신이 생활하시는 집입니다. 여기에는 자립생활 기술(AIP TechAging in Place Technology)이 적용됩니다. AI와 IoT 센서가 어르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대화형 AI 기기가 정서적 교류를 지원합니다.

두 번째는 요양 시설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돌봄 종사자의 업무를 보조하거나 일부를 대신하는 돌봄 기술(Care Tech)이 적용됩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동 연구개발 로드맵을 통해 관련 기술을 단계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초기에는 데이터 축적과 활용에 초점을 맞춰 AI, IoT 중심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피지컬 AI와 돌봄 로봇 기술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는 반복적인 행정 업무뿐 아니라 신체 이동 보조와 같은 육체적 돌봄 영역까지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 제도 정비도 병행됩니다. 기존의 고령친화산업 진흥법을 개정해 AI 돌봄 서비스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개인정보와 정서적 관계 형성이라는 돌봄의 특수성이 반영된 ‘AI 돌봄 윤리 가이드라인’도 함께 정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개발 사업의 초기 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제도와 사회서비스 이용권(바우처) 같은 기존 돌봄 제도 안에 돌봄 기술을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교통 - 자율주행을 시대를 준비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부터 국토교통부, 산업통상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 협업하여 자율주행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2026년부터는 국토교통부가 경기도 화성시에 구축한 리빙랩Living Lab에서 그 성과를 본격적으로 검증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교통 약자를 위한 자율주행 이동지원 서비스 차량과 수요응답형 자율주행 대중교통이 화성시에서 실제로 운행될 전망입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로보택시 서비스처럼 자율주행 기술이 국민의 삶에 한층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자율주행 기술은 AI처럼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간이 정의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차량이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그 결과에 따라 차량 제어까지 수행하는 E2EEnd-to-End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가 이 방식을 활용합니다. E2E 방식은 대규모 학습데이터가 필요하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도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 개인용 자율주행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데이터 확보와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국토교통부에서는 올해부터 광주시에서 자율주행 실증 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어린이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시골 골목길 등 국내 도로 상황에 맞는 데이터가 대량 생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실증 구역에 적용될 수 있는 E2E 방식의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기술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국내 자율주행 데이터가 잘 축적될 수 있도록 관련 업계, 학계, 연구계의 의견을 계속 반영하면서 ‘자율주행 E2E 학습데이터 구축 가이드라인’을 개발 및 배포할 예정입니다.

금융 - 신뢰를 지키는 보안 투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는 정보보호 분야를 중심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AI 기반 공격 기술의 발전은 금융 보안 체계의 고도화를 더욱 더 요구하고 있습니다. 양 부처는 2026년 5월 미토스를 개발한 앤트로픽 사의 글로벌 정책총괄과 간담회를 갖고 금융 분야의 고도화된 사이버 보안 위협을 줄여 나갈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한편 금융 분야의 AI 전환은 보안 부문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정부는 AI 산업의 기반이 되는 국산 AI 반도체 기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른바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유망 기업의 실증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해 초기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 자금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지역 – AI 혁신이 수도권을 넘어 확산되려면

산업, 공공, 지역이라는 세 축 가운데 지역 정책의 중심에는 ‘4대 과학기술원 AX 전략’이 있습니다. 2026년 3월, 제5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이 전략은 카이스트(KAIST), 유니스트(UNIST), 지스트(GIST), 디지스트(DGIST) 네 학교의 연구 역량과 지역 기업의 산업 역량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AX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같은 해 봄, 4대 과학기술원과 LIG넥스원, 셀트리온, 리벨리온, HL만도,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16개 협력 기업이 과기원-기업 AX 공동연구소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카카오는 5년간 500억 원 규모의 AI 육성기금으로 ‘카카오 AI 돛’ 추진기구를 설립해 인재양성, 창업, 산업 AX 협력 프로그램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4대 과기원 제주 연합 캠퍼스 2030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제주에서 열린 대통령 지역 타운홀 미팅에서 부총리가 공개 약속한 사안으로, 네 학교가 모두 참여하는 연합 캠퍼스를 2030년까지 제주에 짓고 우주, 청정에너지, 바이오, 모빌리티 네 분야를 제주의 기후와 자연 자산에서 함께 실증 및 연구한다는 계획입니다. 발표 직후 제주도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합동 작업반을 꾸려 후속 실행에 착수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지역 타운홀 미팅에서 가장 자주 제기된 사항은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결국 지역 AX 정책은 단순한 기술 정책이 아니라 청년이 머물고 기업이 성장하며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미래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