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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노트〉 청년 창업가를 위한 네 가지 길

‘과연 내가 설 자리가 있을까’라는 청년 창업가의 망설임 앞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길은 크게 네 갈래로 나뉩니다. 자금의 다리를 놓는 길, 컴퓨팅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길, 대학과 연구소를 연결해 기술 동반자를 마련하는 길, 해외 시장으로 나아가는 첫 관문을 열어 드리는 길입니다. 딥테크, 반도체, 신약 분야는 물론이고 교육, 콘텐츠, 서비스처럼 일상에 가까운 영역의 청년 창업도 같은 기반 위에서 함께 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자금의 다리 - 죽음의 계곡 위 세 단의 다리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이 실제 산업과 시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멈춰 서는 구간을 흔히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릅니다. 정부는 이 구간을 넘을 수 있도록 자금의 다리를 세 단으로 놓고 있습니다.

펀드, 재원 규모, 시점 받는 분
1단 - 첫 다리 과학기술혁신펀드 1호 자펀드 7,632억 원 (2026년 2월)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딥테크 스타트업
2단 - 마중물 AI혁신펀드 + KIF 펀드 (통신 3사) AI 자펀드 1.8조 원
(2026년 9월)
AI 분야 스타트업
3단 - 큰 길 국민성장펀드 AI, 반도체 분야 10조 원 이상(2026년) AI, 반도체 산업 전반

컴퓨팅 인프라 - 스타트업 GPU 지원 사업

청년 창업가들이 2025년 9월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가장 절박하게 호소했던 것은 “칩 한 장 구하는 것도 보릿고개”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스타트업이 일정 기간이라도 고성능 GPU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가동했습니다. 한 스타트업은 이 사업으로 엔비디아 블랙웰 32장을 14일간 사용한 뒤 “저희 같은 스타트업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일 수 있지만 이 짧은 14일이 한 기업의 연구 방향과 속도를 바꾸는 결정적 시간이 된다는 점을 정부는 함께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술 동반자 – 대학 및 연구소의 개방형 혁신 거점과 텍스코어

같은 간담회에서 또 다른 절박한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돈보다 절실한 것은 함께 기술을 다듬어 줄 동료’라는 말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2026년부터 ‘국가전략기술 분야 대학연구소 개방형 혁신 협력 거점’ 사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7개의 우수 대학연구소를 선정하고 각 연구소에 3\~4개의 스타트업을 매칭하여 연구시설과 장비, 인력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카이스트 IT융합연구원에는 외산 칩에 대응하는 추론 전용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리벨리온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대학원생과 출연연 연구자를 위한 창업 탐색 훈련 프로그램인 ‘텍스코어TeX-Corps’도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공공기술 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 사업의 줄임말이며 연구자가 자기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핵심 과정은 ‘고객 인터뷰’입니다. 창업탐색 팀이 국내외 잠재 고객을 직접 만나 피드백을 듣고 그 결과에 따라 사업 방향을 과감히 수정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방향 전환을 ‘피봇Pivoting’이라고 합니다.

2025년 12월을 기준으로 2015년 이후 864개 팀이 텍스코어 창업탐색에 참여했으며 그 가운데 435개 팀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들이 이후 유치한 후속 투자 규모는 7,132억 원으로 정부가 투입한 예산의 9배를 넘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도 새롭게 도입됩니다. 공공 분야의 기술지주회사나 민간 액셀러레이터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우수 기술 발굴, 사업화, 성장까지 전 과정을 지원합니다. 연구자가 혼자 감당해야 했던 회계, 계약, 시장조사의 부담을 분산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딥테크 분야뿐 아니라 교육, 콘텐츠, 서비스 분야의 청년 창업가도 동일한 창구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 시장의 첫 문 - 컨설팅과 K-AI 풀스택, 뉴욕대 스턴

AI 스타트업 입장에서 해외 시장은 선택이 아니라 초기 단계부터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무대입니다. 정부는 2013년부터 약 3,000여 개 ICT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현지 파트너 매칭, 법률 자문 등을 제공하며 해외 진출의 첫 관문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여기에 ‘K-AI 패키지 해외실증’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의 AI 모델과 AI 반도체를 하나로 묶어 해외 공장이나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보는 사업입니다. AI 서비스는 여러 기술 층이 결합된 구조이기 때문에 특정 층이 외부 기술에 의존하면 가격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전체 구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풀스택을 국내 기술로 구성하려는 시도는 단순한 기술 전략을 넘어 산업 안정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미국 동부의 자본이 가장 빠르게 흐르는 뉴욕에서는 ‘뉴욕대 스턴Stern 협력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2025년부터 한국 AI 스타트업이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맞춤형 액셀러레이팅 교육과 멘토링을 직접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며 첫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20개 기업 중 3개 사가 현지 법인 설립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무대 한 칸 - K-디지털 그랜드 챔피언십

자금과 기술 지원뿐 아니라 시장에서 직접 검증받을 수 있는 무대도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K-디지털 그랜드 챔피언십’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처음에는 참여 기관을 모으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현재는 35개 이상의 기업이 결선 무대에 오를 정도로 규모가 확대되었습니다. 2026년부터는 엔비디아도 유망 기업을 직접 추천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또한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ICT 혁신기업 멘토링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AI에 특화된 멘토 체계로 개편되었습니다. 매년 ‘AI, 디지털 미래유니콘’ 15개 사를 별도로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사업도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길을 먼저 걸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퓨리오사AI’, 상장에 성공한 ‘노타AI’의 이야기는 지금도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책상 위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사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