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노트〉 우리 손으로 짓는 한국형 AI¶
정부의 AI 정책은 크게 네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산학연의 역량을 결집해 한국형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 두 번째는 개발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국제 무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는 것, 세 번째는 모든 결과물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네 번째는 개발된 AI를 교육, 의료, 행정, 국방 등 국민의 일상과 맞닿은 분야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한국어 파운데이션 모델을 함께 만드는 독파모 컨소시엄
2025년 8월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독파모’ 국가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다양한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AI 모델로 챗봇, 번역, 보고서 작성 등 수많은 응용 서비스가 이 기반 모델 위에서 만들어집니다.
독파모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 차원의 역량 결집에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하나의 컨소시엄으로 연결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LLM 경험, LG AI 연구원은 프런티어 모델 노하우, SK텔레콤은 통신 및 서비스 분야의 데이터와 운영 경험, 업스테이지와 NC AI는 특화된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모티프테크놀로지스도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역량을 보태고 있습니다.
독파모가 선택한 개발 방식도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 모델을 일부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학습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프롬 스크래치’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 방식을 택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AI 경쟁은 한 번의 성공으로 끝나는 경주가 아닙니다. 새로운 모델과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만큼 독파모는 6개월 단위로 성과를 점검하고 목표를 조정하는 ‘무빙 타깃’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독파모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하나의 AI 모델을 만드는 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국방, 산업, 공공서비스 등 국가 핵심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미래의 프런티어 AI 경쟁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모델을 목표로 하기보다 우리 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동시에 더 큰 프런티어 모델에 도전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까지 함께 키워 나간다는 취지입니다.
코엑스 발표회에서 국제 평가까지
2025년 12월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독파모의 첫 성과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1,000명이 넘는 참석자가 현장을 찾은 가운데 여섯 개의 컨소시엄이 개발한 첫 번째 독자 모델이 한 무대에서 공개됐습니다. 그날 공개된 모델들은 이후 국내외 전문가 평가와 주요 글로벌 벤치마크를 통해 성능을 평가받았습니다. 다음은 국제 평가 내용을 표로 정리한 것입니다.
| 지표 | 평가 내용 |
|---|---|
| 에포크 AI ‘Notable AI Models’ | 글로벌 AI 연구 동향을 집계하는 비영리 연구소 에포크 AIEpoch AI가 발표하는 주목할 만한 AI 모델 목록에 한국 모델 다수가 이름을 올림 |
| 허깅페이스 공개 지지 | 글로벌 AI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가 한국 정부에서 지원한 모델 공개를 공식 지지 |
|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국가 순위 | 글로벌 AI 모델 비교 분석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에서 발표한 국가 순위에서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한국이 3위를 차지함 |
이는 수십조 원을 한 모델에 투자하는 빅테크 기업과 같은 자리에서 한국이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오픈소스와 풀스택으로 낮추는 진입 장벽
독파모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개발 결과물을 오픈소스Open Source로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소수의 기업이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스타트업, 연구자, 학생, 개발자 누구나 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입니다. 정부는 이를 ‘지능의 민주화’라고 설명합니다. 정부가 기반 기술을 마련하고 그 위에서 산업계와 연구계, 시민사회가 함께 혁신을 만들어 가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바로 ‘AI 풀스택’입니다. AI 풀스택은 다음과 같이 AI 생태계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다는 의미입니다.
| 구분 | 역할 | 주요 내용 |
|---|---|---|
| 소프트웨어 | AI의 지능 | 독파모 컨소시엄이 개발하는 파운데이션 모델과 다양한 응용 서비스 |
| 반도체 | AI의 연산 자원 | HBM, 국산 NPU 등의 AI 반도체 |
| 인프라 | AI의 기반 시설 | 5장에서 살펴본 국가 AI 컴퓨팅 센터, GPU 26만 장, 전력 및 통신망 |
결국 AI 풀스택이란 AI 모델부터 반도체, 인프라까지 핵심 요소를 균형 있게 확보해 특정 국가나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와 병원, 행정 현장으로 넓어지는 활용
독파모는 연구개발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활용 단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컨소시엄 참여 기업인 업스테이지입니다. 국민성장펀드 1,000억 원을 마중물로 활용해 총 5,600억 원 규모의 투자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정부의 초기 지원이 민간 자본과 연결되어 AI 생태계 전체를 성장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학습에 필요한 한국어 데이터 자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공개한 한국어 데이터셋인 ‘Nemotron-Personas-Korea’는 한국어 대화와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학습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AI는 국민의 일상과 맞닿은 분야에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 분야 | 활용 모습 |
|---|---|
| 교육 | 한국어로 교육 현장의 맥락을 이해하는 학습 지원 AI |
| 의료 | 환자의 증상 설명과 의료 기록을 정확히 이해하는 진료 보조 AI |
| 행정 | 민원 안내와 복지 상담을 지원하는 AI |
| 국방 | 정보 분석과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국방 AI 체계 |
물론 이러한 활용은 안전성과 신뢰성을 전제로 이루어집니다. 4장에서 살펴본 AI 기본법의 체계에 따라 의료, 행정과 같은 고영향 AI 영역에서는 반드시 사람의 최종 검토와 책임이 뒤따르고, 일반 AI 서비스에서는 이용자가 AI 활용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투명성 원칙이 적용됩니다.
용어 사전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챗봇, 번역, 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AI 모델을 말합니다.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이 모델을 토대로 개발됩니다.
오픈소스(Open Source)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나 기술을 공개해 누구나 사용, 수정,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 방식입니다.
멀티모달(Multimodal)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영상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정보를 하나의 AI가 함께 이해하고 처리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풀스택(Full-stack)
AI 모델(소프트웨어) 반도체(하드웨어), 데이터센터, 전력망, 통신망(인프라)까지 AI 생태계의 핵심 요소를 모두 갖추고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의미합니다.